[이집트] 5. 카이로. 기자 피라미드, 이집트 박물관
전날 오후 5시 반에 출발한 기차는 다음날 아침 6시 반에 카이로에 도착했다. 1인당 80USD라는 거금을 들였다. 기차 내부는 좁았지만 그래도 깔끔했다. 기차 자체가 오래된 건 어찌할 수 없는 것이고, 침구류는 깔끔해서 괜찮았다. 덜컹거리는 기차에 잘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푹 잤다.
바로 호텔로 직행했다. 카이로에 가기 며칠 전에 전화로 아침 일찍 체크인을 해도 상관 없다는 확인을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쓰기로 예정된 방의 투숙객이 아직 체크아웃을 하지 않았기에 체크인을 할 수 없었다. 호텔에 도착하니 7시. 멍 때리다가 8시 즘 밖으로 나섰다.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듯 한 호텔이어서 편히 쉴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Costa Coffee로 가서 체크인 시간이 되기까지 기다렸다.
[이집트 박물관]
카이로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이곳은 이집트에서 제일 큰 박물관이다. 미라박물관 때문에 이 곳에 왔다. 실내에 들어가면 박물관이 아니라 창고에 들어온 듯 하다. 전시된 유물에 대한 별다른 설명도 없고 그저 시대순서로 나누어져있다. 수천 개나 되는 유물들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배치하려고 노력한 것 같다. 내부 사진촬영을 하려면 별도의 요금을 내야해서 사진은 거의 없다. 박물관을 돌아다니다 보면 고대의 조각상이라고 하기엔 귀여운 조각상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곳의 유명한 미라 전시실을 가면 유명한 왕과 왕비들의 미라를 볼 수 있다. 미라 옆에는 자세한 설명이 있어서 좀 더 실감나게 볼 수 있다.
[기자 피라미드]
이집트의 하이라이트이자 수많은 음모론의 고향인 피라미드에 간다. 더위와 배탈에 지쳐서 원래 예정된 사카라 피라미드, 멤피스 박물관 등은 생략하고 기자의 피라미드만 보기로 했다. 우리는 모마투어를 이용했는데 생각해보니 기자 피라미드만 보는거면 굳이 투어를 이용할 필요 없이 우버를 타고 갔으면 되는 거였다. 생각이 짧았다. 아까운 투어비용만 냈다. 모마투어에 대한 소감은 뒤에 이어가겠다.
피라미드는 거대했다.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면 어째서 외계인의 존재를 운운했는지 공감이 간다. 음모론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수작일 수 있지만, 한편으론 이 거대함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설명이 가장 비합리적인 결론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피라미드는 거대하다.
성베드로 대성당인지 노트르담 대성당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아무튼 둘 중 하나의 성당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공 건축물이었다. 거의 3000년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 그리고 피라미드의 각 면은 정확하게 동서남북을 가리키고 있다. 각 4개의 변의 오차는 몇 센티미터 수준이라고 한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기자 피라미드 지역의 지도를 찾아보면 크기가 다른 정사각형 4개가 그려져 있다.
기자 피라미드 지역은 넓다. 마침 날씨가 좋아서 천천히 걸어다니면서 보다보니 거의 2시간 반정도 걸린 듯 하다. 피라미드의 크기가 커서 가까이 있는 듯 보여도 걸어가다보면 한참 걸린다. 사막위에 있는 곳이지만 왔다갔다 할 수 있는 도로가 깔려서 있어서 걸어다니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모마 투어]
이집트와 관련된 정보를 찾다가 모마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었다. 카이로에 살면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관광 가이드를 하는데 한국말이 유창하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할 때 외국인에게 영어를 하는게 습관이 되어 영어로 이야기를 했는데 한국말로 대답해주더라. 영어는 잘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한국말 의사소통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을 정도라 문제는 없었다.
적절한 가격에 카이로에서 출발하는 피라미드 투어를 하기 위해 연락했다. 앞서 말한대로 원래 계획은 기자 피라미드, 사카라 피라미드 등을 다 볼려고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기자 피라미드만 가기로 했다. 사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모마에게 설득돼서 사카라 피라미드까지 보는걸로 바꿨다. 그런데 기자 피라미드에서 모마의 가이드 스타일이 우리와 맞지 않아서 결국 원래대로 기자 피라미드만 보고 왔다. 우리는 모마에게는 기자 피라미드까지의 투어 비용만 지불하고 기자 피라미드에 도착하지 얼마 안되어 따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모마의 가이드 스타일은 우리에게 익숙한 패키지 여행과 사진으로 정리된다. 사실 제대로 패키지를 가본 적도 없지만, 여러 명의 사람들과 함께 다니면서 계속 설명해주고 여러 가지 편의를 봐준다. 또한 중요한 점은 사진을 찍었을 때 잘 나오는 지점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스타일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가이드일 것이다. 친절하고, 유머 감각도 있고, 한국말을 잘 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일행에게는 이러한 점이 맞지 않아서 기자 피라미드에 도착하자마자 따로 이동하게 되었다. 사진을 잘 찍어주지만 다른 사람들이 다 찍는 동안 계속 기다려야하고, 설명하는 동안에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만들었다. 우리는 피라미드를 보러 왔지, 예쁜 사진을 건지기 위해 설명을 듣기 위해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집트 전통 시장]
카이로에서 3박을 하다 보니 시간 여유가 있어서 전통시장을 찾아갔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더 어마어마한 인파를 만날 수 있다. 하나의 거리 만 시장이 아니라 인근 구역 전체가 시장이었다. 우버를 타고 이동하면서 고가도로를 넘어가는데 위에서 내려다본 인파가 엄청났다.
특별한 것은 없지만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곳이었다. 비슷한 종류의 매장들끼리 모여있는데 우리가 들어간 쪽은 옷을 주로 팔았고, 그 중에서도 여성복, 여성 속옷 등을 주로 파는 곳이었다. 처음에는 20분 넘게 걸어가도 계속 여성복, 여성용 속옷들만 나오길래 뭔가 이상했지만, 나중에 보니 시장 규모 자체가 엄청 큰 거였다.
기념품 가게들만 모여있는 곳을 지나면서 적당히 흥정하면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하나 씩 사는 것도 재미있다. 관심을 보이자 처음에 100을 부르길래 그냥 뒤돌아섰더니 얼마 안가 10으로 낮추는 상인도 있다.
어딜 가든 다 비슷비슷한 것들만 판다. 고민만 하다가 결국 공항에서 몇 개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