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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팅션(Extinction) : 종의 구원자감상문/영화감상문 2019. 6. 3. 03:59
감독: 벤 영(Ben Young)
주연: 마이클 페냐(Michel Pena), 리지 케플란(Lizzy Caplan)
내가 밟고 있는 땅의 주인은 누구인가? 역사를 통틀어 가장 오랜 기간 그 땅을 밟았던 사람이 주인인가? 최초로 그 땅을 밟은 사람이 주인인가? 현재 밟고 있는 사람이 주인인가?
이주민이 원주민을 몰아내고 그 땅을 차지했다면 그 땅의 주인은 이주민의 것일까? 훗날 원래의 원주민이 이주민이 되어서 다시 땅을 차지하려고 시도한다면 그것은 나쁜 일인가? 아니면 정당한 일인가?
영화의 자질구레한 설정이나 흠은 버려두고, 영화의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이주민과 원주민의 관계를 영화에서는 외계인과 지구인의 설정으로 보여준다. 우리에게 코믹 연기로 익숙한 마이클 페냐가 갑자기 무게를 잡고 나와서 당황했지만, 한 명의 가장으로 외계인의 침략에 맞서서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다만 그랬던 그가 사실은 원래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그런 내용이다.
‘왕좌의 게임’의 원작자는 수 많은 반전과 예상할 수 없는 사건의 모티브를 실제 역사에서 찾았다고 했다. 우리가 상상 가능한 모든 일은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자칫 ‘외계인’의 등장으로 영화 속 현실은 그저 미래에 있을 법한 일로 간주될 수 있다. 마치 ‘인디펜던스 데이’에서처럼 ‘언젠가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할거야’라는 미래에 대한 상상으로 생각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외계인 vs 지구인’의 구도를 지우면 우리의 일상과 역사에서 흔히 벌어졌던 일이다. 지금의 미국은 이주민이 세운 나라이지만 자신들의 나라와 땅이라고 주장하고, 지금의 호주는 얼마 전만해도 백인이라는 존재를 모르던 땅이었지만 어느새 백인의 땅이 되었다. 시선을 가까운 곳으로 돌려도 개발과 발전이라는 명분아래서 자신의 거처를 잃고 쫒겨나는 사람을 뉴스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듣게 된다.
영화 속 주인공 피터(루이스 페냐)는 외계인의 공격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다 원래 자신이 이 땅의 주인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원래 이 땅의 주인들이 다시 자신의 땅을 찾기 위해서 ‘침략’해온 것을 알게 된다. 이제 누가 나쁜건지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피터의 가족을 공격하던 외계인도 자신들이 아는 것과 다르게 어린 아이들을 포함한 무차별 공격이 이루어지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고 피터를 도와준다. 나쁜 외계인과 불쌍한 지구인의 구도가 무너졌다. 무너진 틈 사이에 하나의 빛이 밝게 비춰진다.
가족
사실 이 부분은 지루하다. 창작자로서 더 큰 질문을 던지거나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순간에 만능키로 모든 것을 정리해버린다.
로봇의 권리
영화 속 주인공들은 로봇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다. 자신들도 살아가고 누려야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얻기 위해서 싸운다. 마치 역사 속에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은 자신의 권리를 싸우며 쟁취해왔던 것처럼.
잠시 딴 얘기를 해보면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아직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미래에 일어날 법한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정확하게 언제, 어떤 형태로 현실로 다가올 지 알 수 없지만, 언젠가 올 것이라는 걸 알려준다. 그리고 우리는 남은 시간동안 고민을 한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라는 회사가 있다. 구글(정확히 말하자면 알파벳)의 자회사였고, 지금은 소프트뱅크가 가져갔다. 이 회사는 로봇을 만든다. 시제품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유명해졌는데, 그 영상들 중에서 로봇의 균형감각을 뽐내기 위해서 사람이 로봇을 발로 차는 영상도 있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계속 발로 차고 로봇은 균형을 잘 잡는다. 그런데 댓글이 재미있다. 로봇을 괴롭히지 말라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이 영상을 비롯해서 많은 로봇 시제품들 영상의 반응에서 소름돋는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유는 로봇의 움직임이 소름끼치도록 인간의 움직임과 같기 때문이다. 물론 2족보행 로봇을 만들다보면 인간의 움직임과 흡사해질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잘 만든 로봇의 시연을 보면서 마치 생명체를 대하듯이 말한다. 여기에 상상력을 한 숟가락 보태면, 로봇을 괴롭히지 말라던 사람들과 소름돋는다고 말했던 사람들 중 일부는 미래에 로봇권리 운동가로 변모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잘 만들어진 기계장치에 대한 응답치고는 예상 밖이다. 이걸 보다보면 언젠가 인간이 로봇의 권리를 보장하자는 운동을 시작할 것 같다. 설사 아직 로봇의 인공지능이 발달하지 못해서 로봇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기 전이라고 해도 인간이 먼저 나서서 그렇게 할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로봇들도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것이다. 비현실적인 듯 보이지만, 언젠가 현실이 될 것이다.
로봇에 대해 세금을 징수 할 만큼 로봇이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온 지금, 미래에 대해 진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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