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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기원 / 서은국감상문/독서감상문 2020. 4. 3. 20:59
우리는 모두 행복하길 바란다. 어른이나 아이도, 남자나 여자도, 부자나 가난한 사람도. 모두가 행복해지고 싶음 만큼 행복과 관련된 안내서는 많다. 심리학자, 종교인, 유명 작가, 인디 작가 등등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그들만의 방법을 설파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책들과 선을 그으면서 시작한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말할 때, 저자는 과학적인 관점에서 행복은 무엇이고, 우리에게 행복은 왜 필요한지,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 행복을 느끼는지 이야기한다. 기존의 책들과 결이 달라 보였다. 과학적인 관점이란걸 좀 더 따지고 들자면 진화심리학에 가까워진다.
진화심리학은 최신 학문이다. 다윈의 진화론을 무기로 인간의 심리기제를 연구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를 대상으로 하는 생물학과 행동학에서 진화론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이론이라는 의미의 '론'이 붙어서 진화론이라고 불리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의 '론'과 같은 위치에 있다. 진화심리학은 우리의 물리적인 신체 구조뿐만 아니라 심리기제 역시 생존과 번식 등의 적자생존의 원리에 따라 진화되어 왔고, 그 결과로 현재의 인간 심리기제가 만들어졌다는 주장을 한다. 가장 쉬운 예로 긴 머리 여성에게 더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긴 머리는 여성의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하나의 징표이기 때문에 종족번식의 관점에서 다른 여성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생존과 번식은 성선택과 불가분의 관계인지라 대중에게 알려진 진화심리학의 연구 결과는 남성과 여성이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는 조건 등에 몰려있다. 하지만 현재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도덕관념, 정치적 선택, 사회 구조 등등 많은 부분을 설명해 나가고 있다. 진화심리학자의 말을 빌리자면 현재 진화심리학은 심리학의 하위 분류로 다뤄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화심리학이 곧 심리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까지 나온 많은 심리학 이론은 진화의 과정을 거친 인간의 심리기제를 이해하기위한 하나의 해석일뿐 본질적인 심리기제는 진화심리학이 밝혀낼 것이라 장담하고 있다.
각설하고 다시 책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행복감의 뇌에서 합성된 경험이다. (p.17)
행복은.... 구체적인 경험이라는 점이다. .....쾌락에 뿌리를 둔...... 본질적으로 뇌에서 발생하는 현상.....(p.189)저자가 책에서 반복해서 주장하는 행복의 본질이다. 행복은 뇌에서 합성된 쾌락이고, 어떠한 경험을 할 때 발생한다. 기존의 통념에서 행복은 쾌락보다는 감정과 가까운 거리에 있다. 행복은 쾌락이다. 행복은 감정이다. 이 두 가지 문장에서 어떤 것이 와닿는가?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도 두 번째 문장이 익숙하다. 아마도 반복된 학습의 결과일 것이다. 행복은 쾌락이고 뇌에서 합성된 경험이라고 하는건 기존의 통념과 어떻게 다른 것일까?
'행복은 감정이다.'라는 명제를 따라가게 되면 우리는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감정, 즉 행복감을 쫒아가게된다. 결국 행복 그 자체를 쫒아가는 것이다. 이 명제가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우리에게 행복은 중요하고,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우선시 되어야한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니다. 다만 이렇듯 중요한 행복을 챙기기 위해서 행복을 쫒아가다 보면 그 실체가 불분명해지게 된다. 마치 뿌연 안개속에서 길을 찾는 듯 하다. 이런 불분명하고 불확실함을 따르게 되면 무언가 확실한 것에 목말라진다. 그렇게해서 찾게되는 확실한 것은 돈, 명예, 권력, 이성, 외모 등등이 되는 것이다. 돈이 많으면 행복해보이고, 외모가 매력적이라면 행복해보이고, 많은 사람들이 추종하면 행복해보이게 된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우리에게 행복은 중요하지만 우리는 잘못된 지식을 바탕으로 잘못 된 것을 쫒고 있었다고 말한다. 돈, 명예, 권력은 그저 눈속임일 뿐 행복과 연관성은 크지 않다. 행복은 쾌락이고 합성된 경험이라는 명제에 따라야 한다 라고. 행복을 합성된 경험에서 발생하는 쾌락이라고 하면, 다시 쉽게 행복은 경험이라고 정리하면 앞서 '행복은 감정이다.'라는 명제를 따라갈 때와 달라진다. 경험은 구체적인 한 순간을 지칭하게된다. 우리가 행복을 느꼇을 때의 상황과 그 당시의 경험을 떠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순간에 돈, 명예, 권력, 외모 등이 있을 때도 있다. 가령 예상치 못한 복권에 당첨되거나 누군가에게 외모와 관련된 칭찬을 들었을 때이다. 하지만 이런 조건이 없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행복을 느낀 적이 있다. 추운 겨울날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모금, 축구 한 경기를 뛰고 나서 마시는 음료수, 돈이 없어서 과자 부스러기에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던 그날 저녁. 오히려 더 많은 거 같다. 이렇게 작은 발상의 전환으로 우리에게 행복은 좀 더 구체적인 대상으로 다가온다.
행복이 경험이라면, 왜 그 순간에 뇌에서는 쾌락을 느끼게 되는가? 구체적으로 왜 그 순간에 호르몬을 방출해서 우리에게 행복하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일까? 그 답은 진화론에서 찾을 수 있다. 생존과 번식에 있다. 체온이 떨어지거나 올라갔을 때 적절한 음식물을 섭취하는 경우, 배가 고플 때 음식을 먹는 경우, 이성과 함께 한 모든 순간은 우리의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된다.
그러면 과자 부스러기에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던 날은 왜 행복을 느꼈을까? 과자와 술은 생존에 도움이 안되고 동성친구는 번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기에서는 사람이 등장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주변 인간 관계와 사회성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 날 저녁의 과자와 술은 나의 신체에 악영향을 미쳐서 생존에 부정적이지만 장기적으로 나는 우군을 얻었다. 원시인이라면 내가 사냥과 수렵에 실패한 날이면 나과 함께했던 친구는 나에게 음식물을 나눠 줄 가능성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높은 것이다.
주저리주저리 말이 길어졌다.
결국 우리에게 행복은 아주 중요하지만 그 동안 허상을 쫒아 왔다. 설사 '돈과 명예, 외모는 애초에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난 알고 있었어!'라고 하는 사람일지라도 그 과학적 근거를 찾았음에 이 책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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