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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리카 어린이의 날 African Chidren's Day
    보츠와나 2019. 6. 16. 17:25

    916일은 아프리카 어린이의 날African Children’s Day이다. 하지만 올해 916일은 일요일이다. 그래서 14일 금요일에 학교와 지역 주민센터같은 코틀라Kgotla에서 행사가 열렸다.

     

    당일 코틀라Kgotla에서 열리는 행사에 우리학교 고학년Upper Standard 100명 정도가 참여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학교에 남는다고 했다. 일부 학생만 지역 행사에 초대된다는 점도 이상했지만, 근처의 다른 초등학교까지 생각한다면 약 1500명이 넘어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금요일 아침이 되어서 학교에 가보니 아침부터 떠들썩한 분위기였다. 전날 교장이 아침 7시에 행사장으로 출발한다고 하기에 평소보다 서둘러 출근했다. 그러나 나는 아직 이 동네 시간관념에 대해 익숙하지 않았나보다. 대부분의 선생님들과 교장마저 7시 반이 되어서야 나타났다. 그리고 한참을 언제쯤 출발하려나 생각하면서 기다리다, 8시가 되어서야 교장이 불렀다. 이제 출발하니까 나랑 같이 가자고 그런다. 알겠다는 대답과 함께 교장을 따라 나섰는데 뭔가 이상했다. 학생들은 아직 모이지도 않았고, 출발을 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아 보였는데 교장은 당당하게 교문을 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내 차가 어디있냐고 물어본다. 본인 차도 있으면서 굳이 나에게 차가 어디있냐고 묻는 건 내 차를 타고 같이 가자는 말이었다.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군말없이 교장을 태우고 코틀라Kgotla로 향했다. 행사장에 도착해서는 갑자기 행사 관계자들과 몇 마디 나누더니 나에게 이들이 차량이 필요하니 좀 도와달라고 한다.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그들을 태워다줬다. 근처 쇼핑센터 앞에 있는 큰 광장에 커다란 현수막을 가져다 놓는 일이었는데, 아마도 여기서 학생들이 모였다가 한꺼번에 오는 듯 했다. 그렇게 현수막 배달을 마치고 돌아온 코틀라에서는 교장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당황스럽다.

     

    교장 찾기를 포기하고 행사 준비로 여념이 없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다니면서 행사장 풍경을 구경했다. 행사장은 뭔가 아이러니했다. 곧 있으면 도착할 족히 100명은 넘을 학생들을 위한 자리는 안보였다. 그 대신 마당을 중심으로 형태로 의자가 준비되어있었다. 어느 모로 보나 행사의 중심을 학생들 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어른들 앞에 학생들을 선보이고, 재롱잔치를 할 법한 대형이었다. 한가해보이는 관계자에게 다가가 아이들 자리는 어디냐고 물어보니 모른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어린이 날을 맞이하는 행사의 주인공은 어린이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어른들이었다. 조금 더 지켜보다 9시가 지나도 행사를 시작할 기미가 안보였다. 홀로 아 역시나 라는 말을 되뇌이면서 차에 들어가서 책을 보며 기다렸다. 30분 가량 책을 보며 기다려도 아이들이 안 보이길래 그냥 학교로 돌아왔다. 언제 시작할지 모르는 행사를 기다리기보다 학교에서 열리는 행사를 보는게 낫겠다는 생각이었다.

     

    차를 운전해서 돌아온 학교는 시끌벅적했다. 한쪽 그늘가에는 지역 행사에 참여하는 아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이 나와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구석에 자리를 잡고 구경을 했다. 학급 순서로 아이들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고, 연극을 하는게 마치 학예회 같았다. 한국에서 겪었던 몇 번의 학예회를 생각하면 한참 미치지 못하는 무대였다. 다 함께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 학급에 대형은 없었다. 그냥 우겨넣기로 몰려 서있는 아이들 중에 자리가 불편해서 얼굴을 찌푸리는 아이도 많았다. 그 마저도 선생님이 나와서 선창하는 노래를 따라하는 학급이 대부분이다. 마치 교사가 무대의 주인공이고 아이들은 그 뒤에 서있는 코러스같아 보였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도 없고, 입퇴장하는 길의 구분도 없는 행사는 어수선했지만 아이들 표정은 하나 같이 즐거웠다. 수업을 안하고 밖에 나와서 있어서 좋은 것인지, 여러 친구들의 무대를 보는게 즐거운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그 속에서 한 남자 선생님은 회초리같은 나무 막대기를 들고 다니면서 떠들고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인정사정없이 제지하고 다닌다. 가끔 그 선생님의 목소리가 무대에 서있는 아이들 소리보다 컸다.

     

    조금은 소란스러웠던 풍경을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행사는 다 끝났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학교에서 있었던 행사도 빨라야 9시 반에 시작했을 듯 했다. 11시간 안되어 행사는 마무리 되었고, 나는 나의 자리인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금요일 수업까지 시간이 남아서 잠시 책을 보고 있는데 계속 바깥이 소란스러웠다. 시간상으로 수업을 시작해야 하는 시간이지만 아이들은 계속 놀고 있었다. 그런 풍경이 1시간즘 지속되고서야 오늘의 수업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교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심지어 선생님조차도, 교문에는 선생님 3명이 자리 잡고 앉아서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는 모습 때문이었다. , 오늘의 학교 일과는 더 이상 없겠다는 생각이 미치자 자리를 털고 일어나 집으로 돌아왔다. 이상하게 바라보는 이 하나 없이 집으로 돌아와 전자책을 켰다. 그렇게 알 듯 모를 듯한 아프리카 어린이의 날African Chidren’s Day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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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Lee Gyus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