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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츠와나에서 지낸지 반년을 넘겼다. 글을 쓰는 시점에서 만 7개월째다. 아직 1년을 꼬박 채우진 않았지만 이곳의 여름과 겨울을 겪어보았고, 지금은 겨울이 끝나면서 다시 기온이 올라가고 있는 시점이 때문에 보츠와나의 기후에 대한 간략한 소감을 적어본다.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이기 때문에 대체로 건조하다. 북쪽의 초베강을 끼고 있는 카사네를 제외하고 오카방고 델타에 위치한 마운조차 대체로 건조하다. 카사네라고 해도 큰 차이는 없지만, 체감상 조금 더 낫다. 건기와 우기가 뚜렷하게 나눠지기 때문에 여름이 끝난 이후로 몇 달 동안 비오는 걸 본적이 없다. 한국에서 흔하게 보던 소나기조차 내리지 않는다. 비가 오는 우기의 짧은 시간동안 연간 강수량의 대부분이 발생한다. 이번 여름은 비가 거의 오지 않은 것이라고 들었는데도 1월 중순에 약 1주일 동안 계속해서 내렸던 비는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는 태풍이 왔을 때나 내릴 법한 양의 비가 며칠 간 계속 되었다. 그 사이에 집 근처의 비포장 도로의 형태가 변하고 차가 다니기 어려울 정도의 커다란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기온은 여름에는 최고 40℃ 가까이 올라간다. 밤의 기온도 거의 25~28℃를 유지했다. 흔히들 덥고 건조한 지역의 여름은 햇빛이 뜨겁기 때문에 그늘로 들어가면 괜찮다고들 한다. 확실히 한국의 습한 여름에 비해 그늘이 효과적이지만, 그런 그늘조차 지면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어찌하지는 못한다. 결국 더운 건 어쩔 수 없다. 고온건조한 이 곳의 여름은 고온다습한 한국의 여름과 다른 점도 많지만 덥다는 점에서는 같다.
겨울은 최저기온이 5~8℃, 최고기온이 20℃ 정도이다. 물론 제일 추웠던 날의 기온이다. 한국의 늦가을을 생각하면 비슷하다. 낮에는 약간 더운 느낌도 들지만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다. 바깥을 돌아다니기에도 부담이 없고 잠시 잠깐 햇빛을 쬐면서 기분 좋은 일광욕을 즐길 수 있다. 단열과 방풍 따위는 개나 줘버린 이 지역의 주택양식만 아니라면 좋은 날씨의 연속이다. 다만 비가 오지 않아서 매우 건조하기 때문에 모래먼지가 계속 날려서 코가 답답해진다. 또한 앞서 말한 단열과 방풍을 고려하지 않은 주택양식 때문에 한 낮에도 집 안에 있으면 춥게 느껴진다.
보츠와나의 땅은 넓다. 내가 살아가는 지역은 초베강을 끼고 있는 지역이라 상대적으로 습도가 높다. 저 멀리 사막에 위치한 간지의 지금 기온은 카사네보다 4~5℃정도 낮은 것을 보고 있자면 이 땅의 넓이가 체감된다. 그렇다고 해서 다양한 기후가 공존한다고 보기엔 어렵고 그저 더 건조하고 위도가 낮기 때문에 온도 차이가 발생하는 정도이다.
몬순기후라 부르는 한국에 비해 대체로 건조한 이 곳의 기후 때문에 편한 점도 있고 불편한 점도 있다. 또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기에 살아가는데 큰 불편함은 없다. 다만 남은 반년이 지나고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만나게 될 강추위와 무더운 여름이 걱정되는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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