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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이즈(AIDS)
    보츠와나 2019. 9. 23. 18:54

     보츠와나를 검색하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연관 검색어는 '에이즈'다. 에이즈는 불치병이 맞고, 이 때문에 보츠와나의 평균수명이 30세 이하로 낮아진 적이 있을만큼 보츠와나에서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2018년 자료를 확인해보면 15~49세 성인 인구의 20%정도가 에이즈에 감염되어 있다. 과거와 비교해보면 신규감염자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지만, 전체 감염자는 꾸준히 늘고 있는 형국이다.

     

    링크: UN 에이즈 계획의 통계자료

     

    Botswana

    President of Botswana visits UNAIDS and calls for a united, efficient partnership for setting regional HIV priorities

    www.unaids.org

     UN을 비롯한 전 세계의 NGO들의 도움으로 에이즈의 감염비율이 줄고 있는 것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단순히 국가 발전뿐만이 아니라 이들의 삶과 건강을 위해서도 신규감염자를 줄이고 감염된 사람들을 위핸 여러 가지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당장 학교에서도 에이즈는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이다. 학생들이 접하는 많은 교과서와 시험 문제들 속에서 에이즈와 관련된 여러 통계나 사회 현상은 단골 소재로 사용된다. 일부 수업에는 에이즈에 대해 살펴보면서 에이즈 신규 감염을 막기위한 방법과 어째서 보츠와나에 에이즈가 이토록 널리 퍼지게 되었는지 그 원인과 대책을 알아보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계속된 교육은 에이즈 확산을 막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된다.

     

     허나 교육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이 글은 에이즈 예방 교육에 대한 글이 아니기에 짧게만 쓰겠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론적인 수업을 하는 것은 봤으나, 피임방법과 같은 실제적인 성교육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는지는 알 수 없다. 짐작컨대 이론적인 수준에서만 그치는 것 같다. 2차 성징을 거치고 있는 초등학교 7학년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론적인 수업만 한다는건 예방 교육이 그저 공염불에 그치게 될 공산이 크다. 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이론적인 교육과 함께하는 실제 피임방법이다.

     

    수업 자료, 에이즈를 확산시키는 문화적 요인(보츠와나, Botswana)

     

    수업 자료, 에이즈의 확산을 막는 문화적 요인 (보츠와나, Botswana)

     

     학교 밖을 나와도 에이즈 예방을 위한 구호나 캠페인같은 것은 종종 찾아 볼 수 있다. 그와 함께 보츠와나에 처음 와서 신기했던 것들 중 하나가 콘돔 분배함이다. 공공기관, 대형마트, 호텔 화장실 등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장소에서 콘돔을 무료로 분배하는 상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트나 약국에서 판매하는 콘돔은 가격이 비싸다. Dulex같은 브랜드 상품은 1개당 1500~2000원을 넘긴다. 그보다 저렴한 브랜드도 1000원정도는 한다. 한국과 비슷한 가격에 얼핏 비싸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노동자들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이 월 15만원 안팍인 걸 생각하면 결고 싸지 않다. 가장 저렴한 콘돔조차 식빵 2개정도의 값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콘돔 분배함이 마련될 것일 수 도 있다.

     

     안타까운 점은 그 안에 콘돔이 들어있는 경우는 이 곳에서 생활을 시작하고 반년이 지나갈 무렵에서야 집 근처 호텔의 화장실에서 처음 확인할 수 있었다.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는 흔적은 쉽게 찾아 볼 수 있지만,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흔적을 찾기는 어려웠다. 

     

    콘돔 분배함과 그 안에 있는 콘돔. (보츠와나, Botswana)

     

     내가 이 게시글을 쓰는 진짜 이유는 이제 나온다.

     

     감소했다고 하지만 20%라는 수치는 절대적으로 큰 수치이다. 당장 문 밖을 열고 나가서 만나는 성인 중에서 5명 중의 1명이 에이즈 감염자인 것이다. 생각해보자 내가 출근하는 학교의 전체 교직원이 약 30명이다. 이들의 연령은 교장, 교감을 제외하면 모두 15~49세 범위 안에 포함이 된다. 이중에서 6명은 에이즈 감염자인 것이다. 그리고 같은 담장안에서 살아가는 현지인이 4명이 있다. 확률상 이 중에 1명은 에이즈 감염자다. 내 주변의 범위를 넓혀서 식료품을 사고자 마트에가면 내가 물건 하나를 고르는 동안 최소 1명 이상의 에이즈 감염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확률에 대한 이야기였다. 실제와 숫자는 그 괴리가 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난 이곳 생활을 9개월 넘게 하면서 단 1명의 에이즈 감염자도 본 적이 없다. 엄밀히 말하면 지금껏 스쳐지나간 사람들 중에서 있을 수 있지만, 내가 인지한 경우가 없었다.

     

     한국의 군인비율과 비교를 해보자. 대한민국 상비군은 60만이 안된다. 60만으로 가정한다면 약 5000만 국민 중에서 비율은 1.2%이다. 이렇게 작은 비율이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쉽게 군인을 볼 수 있다. 인근에 군부대가 없는 지역에서도 휴가나온 군인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데 나는 1.2%의 군인은 종종 봤지만, 20%에 달하는 에이즈 감염자는 9개월간 본 적이 없다. 

     

     에이즈의 특성을 고려하면 전혀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서 감염된 사실을 본인도 모르는 경우도 많고, 감염 이후 10년이 넘게 잠복기가 지속되어서 그 기간이 지나야 본인이 알 수 있는 신체적인 변화가 나타난다는 점. 약을 꾸준히 복용한다면 일상적인 생활을 충분히 이어나갈 수 있다는 점. 내가 살고 있는 거주지역에서는 감염자의 비율이 낮을 수 있다는 점. 하지만 이러한 점들도 뭔가 석연찮은 해설이 될 뿐이다.

     

     편견이 아니었을까?

     

     보츠와나에 온 초창기부터 한 번씩 생각해온 점이었다. 에이즈가 '창궐'했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곳이지만, 에이즈 감염자를 보기 어려운 경우에 대해서 말이다.

     

     결과적으로 나의 편견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실제 에이즈 감염자를 본 적도 없는데 에이즈 감염자를 찾아 두리번 거리고 있던 것이었다. 불치병의 이미지를 상상으로 만든 다음에 상상속에 나올 법한 환자를 찾고 있었다. 누가 봐도 병색이 완연하고, 당장 쓰러질 것 같은 삐쩍 마른 형상의 사람. 영화에서 나오는 그런 모습들을 생각했었다. 이러한 나의 편견이 주변에 엄연히 실재하는 감염자과 다르기 때문이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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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Lee Gyus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