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파티'의 재구성
    보츠와나 2019. 10. 4. 01:08
     앞으로 나올 이야기는 개인적인 경험이다. 단편적인 경험만으로 모든걸 판단하면 안된다. 다만 기억에 남기고자 이렇게 글을 적는다.

     

     같은 학교에 있는 교사 중에 나름 친하게 지내는 조슈아Joshua가 작별Farewell파티를 언제하냐고 계속 얘기를 해와서 소소한 파티를 준비했다. 올해 학기를 마무리 하려면 2달이나 남았는데 작별파티라는게 이상했고 떠나는 사람은 나인데 내가 파티를 준비한다는 것도 이상했지만, 이 지역의 파티문화도 궁금해서 결국 저질렀다. 날짜는 이 나라의 독립기념일에 맞췄다. 독립기념일도 쉬는 날이고, 그 다음날도 공휴일이기 때문에 적당해보였다. 

     

     

    #1

     전날 조슈아Joshua에게 연락이 왔다. 시간에 대한 얘기였는데 오후 5시에 하기로 정했다. 그러더니 음식 준비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오후 2시에 만나서 장을 본 다음에 음식을 준비하기로 했다. 당일날 오후 1시정도에 오늘 음식을 준비하려면 어떤 걸 사야하는지 확인하려고 냉장고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 때 전화가 걸려왔다. 

     

    - Lee~ 미안해 내가 바쁜 일이 있어서 조금 늦을 거 같아.

    - 그래 알겠어. 그러면 나 혼자 장보러 갈게.

    - 아니야 내가 도와줄게.

    - 너 바쁘다며. 그러면 3시에 만나서 장보러 가자.

    - 그래 3시면 괜찮을거야.

    - 그때 보자.

     

     그렇게 만나는 시간이 3시로 밀렸다. 5시에 파티시작인데 3시에 만나서 장을 본다면 집으로 돌아와서 음식 준비할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아서 냉장고에 있는 몇몇 식재료를 미래 손질해두었다. 손질과 다른 자질구레한 손님 맞이 준비가 끝나자 2시 40분 정도가 되었다. 이제 슬슬 나가볼 생각을 하면서 조슈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몇 분이 지나도 답장이 없어서 이번에는 전화를 했다. 헌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 두 세번 더 해봤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하... 네가 3시에 괜찮다면서. 시간만 늦어진 채 결국 혼자 장을 보러 갔다.

     

     

    #2

     장을 다 보고 집에 돌아오니 또 다른 현지인 교사에게 연락이 왔다. 싸인Sign이었다. 우리 집으로 지금 오겠다고 한다. 아직 파티 시간은 남았지만 그냥 일찍 오겠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집 주소를 알려줬다. 싸인은 금새 우리집에 도착했다. 아직 파티시작까지 1시간정도 남은 4시였다.

     

     나는 음식을 준비하면서, 싸인은 맥주를 한 잔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음식은 일부러 손이 많이 가지 않는 걸로 준비하고 있어서 나도 맥주 한 잔 하면서 있었다. 근데 음식 준비로 잠시 대화가 끊긴 사이에 싸인이 혼잣말처럼 '어제 바에서 늦게까지 놀아서 피곤하다'면서 소파에 드러누워 자기 시작했다. 그럴 수 있지. 피곤하면 한 숨 자는게 보약이니까. 15분정도 자던 싸인이 갑자기 전화소리에 깨서 전화를 받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가야된단다. 자기 전 여자친구가 잠깐 태워다 달라고 부탁을 했단다.

     

    - Lee~ 잠깐 나갔다 올게. 전 여자친가구 잠깐 태워다 달래.

    - 전 여자친구?? 그래. 근데 20분정도 있으면 5시 되는데 괜찮겠어?

    - 전 여자친구가 이 근처에 살고 있고, 가까운데 태워다 주는거니까 5시까지 올 수 있어.

    - 그래 알겠어.

     

     이 때는 전 여자친구를 태워다 준다는 거에 놀랬다. 6개월 된 애기도 있고, 가보로네에는 아이 엄마겸 여자친구가, 여기 카사네에는 또 다른 여자친구가 있는데 또 다른 사람을 챙기러 가는구나. 하지만 약 한시간 반뒤에 6시가 되어서야 나타난 싸인의 쿨한 태도에 다시 놀랬다. 왜 늦었냐는 질문에 뭐라뭐라 했는데 단언코 Sorry는 없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건 이 시간까지 조슈아는 나타나지 않았다.

     

     

    #3

     어찌 어찌 부지런을 떨어서 5시 정각에 음식준비를 모두 마쳤다. 하지만 나말고 아무도 없다. 배는 고프고, 사람은 안오고, 연락을 해도 안받고. 사실 5시 정각을 지킬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지키지 않는걸 보니 화나기보다는 씁쓸했다.

     

     30분정도 혼자서 맥주를 홀짝거리면서 기다렸다. 그러다가 너무 배고파서 그냥 먼저 밥을 먹었다. 근데 음식들이 손을 대면 티가 날 것 같아서 가장 티가 않나는 볶음밥만 먹었다. 또 다시 30분정도 혼자서 볶음밥을 먹으면서, 맥주를 홀짝거리면서 오지 않는 그들을 기다렸다. 그리고 6시가 넘어서 싸인이 도착했고, 20분정도 더 지나서 조슈아가 도착했다. 허나 조슈아는 혼자 오지 않았다. 3명이나 더 데리고 나타났다. 역시 Sorry는 없었다.

     

    준비한 음식들. 예상외로 얘네들이 백숙을 좋아해서 준비했다.

     

     그렇게 5시에 시작하기로 한 파티는 6시 반에 시작되었다.

     

     

    #4

     조슈아는 혼자 오지 않았다. 자신의 남자친구와 남자친구의 여동생 2명을 더 데려왔다. 남자친구와 그의 여동생을 데려온다는 말은 미리 했었다. 근데 여동생이 2명인 줄은 몰랐다. 총 6명이 된 것이다. 그리고 7시가 넘어서 조슈아의 친구가 갑자기 등장했다. 뚜둥. 미드에서도 보면 초대받지 않은 사람들도 흔히 놀러 오니까 쿨하게 넘어갔다.

     

     내 걱정은 음식이었다. 총 7명으로 늘어나자 음식이 부족하지 않을지 걱정되었다. 근데 얘네들 의외로 적게 먹었다. 음식 취향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얘네들 좋아하는 고기 위주로 준비했는데도 닭 2마리 중에서 1마리가 남았고, 볶음밥도 꽤 남았다. 이건 소식하는 걸 수 있고, 음식이 입에 안 맞은 거일수도 있다.

     

     그 중에서 샐러드는 나 혼자 먹었다. 2접시 중에서 1접시를 거의 나 혼자 다먹고, 남은 1접시도 고기만 골라먹고 야채는 안먹는다. 혼자서 샐러드를 먹다가 싸인에게 물어봤다.

     

    - 싸인. 샐러드 안 좋아해? 샐러드는 안먹네?

    - 보츠와나사람들은 야채보다 고기를 좋아해.

    - 그렇구나.

     

     그래, 너희들 야채는 별로 안먹는거 같았는데 직접 보니가 더 심하네. 그래서 그렇게 배가 나오나 라고 혼자 생각해보았다.

     

     

    #5

     음식을 즐기고, 맥주를 즐기면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근데, 이 자식들이 세츠와나만 한다. 2~3시간정도의 시간동안 대부분의 대화는 세츠와나로 이루어져서 나는 다 합쳐도 10마디나 한 것 같다. 뭔 말인지 못 알아 듣겠다고 영어로 하면 안되냐고 하니까 미안하다면서 잠깐 영어로 하더니 다시 세츠와나로 한다. 그래서 한국어로 혼잣말을 했다.

     

    'XX, 누구를 위한 파티냐'

     

     그리고 음악을 틀어달라고해서 블루투스 스피커를 쓰게 해줬더니 최대볼륨으로 음악을 틀었다. 그나마 한 마디씩 하게되는 영어 대화마저도 음악소리 때문에 제대로 들리지 않아서 볼륨을 낮췄더니, 화내듯이 따지면서 볼륨을 원래대로 올렸다. 그래 내 귀에는 소음이지만 너희에게는 음악이었지.

     

     


     

     항상 스스로에게 말했다. 일상에서 만나는 실망의 순간은 문화적인 차이일 뿐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이번 파티도 그러했다. 문화적인 차이를 다시 느낀 시간이었다. 아마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파티가 될 것 같다.

     

     나름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많은 기대에 비해서 조금 아쉬운 시간이었다.

     

    '보츠와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1) 2019.11.25
    에이즈(AIDS)  (0) 2019.09.23
    남녀상열지사  (1) 2019.08.18
    부탁 : 호의가 계속되니 호구잡혔나?  (1) 2019.08.17
    카중굴라와 카사네  (0) 2019.08.12

    댓글

Written by Lee Gyus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