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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견문 / 이병한감상문/독서감상문 2019. 6. 15. 16:05
어릴 적 언제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세계지도가 우리의 것과 외국의 것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의 세계지도는 대서양을 반으로 가른다. 자연스레 우리나라가 지도의 중심이 된다. 하지만 외국의 것은 태평양을 반으로 가른다. 대서양이 중앙으로 오면서 지도의 무게중심은 아메리카와 유럽에 쏠리는 만큼이나 우리는 변방의 작은 나라로 밀려나게 된다. 그때서야 어째서 우리를 극동지방이라 부르고,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러시아의 함대를 극동함대라고 부르면서, 이 지역을 연구하는 연구소를 극동지방연구소라고 칭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지도를 보면서 지리를 파악할 때마다 떠오르는 기억이다. 우리의 것이 아닌 외국의 세계지도를 보면서, 우리나라는 변방으로 밀려버린 지도를 보면서 시선은 항상 북서쪽에 있었다. 유럽과 미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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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쇠가 아니라서..일기 2019. 6. 4. 18:10
김거지 – 구두쇠 中 친구가 물었어 수화기 속에서 조금은 취한 말투로 요즘 어떠냐고 조금 바쁘냐고 조금은 한가하냐고 아무도 없는 바다로 가고 싶다고 훌쩍 떠나고 싶다고 근데 너무 멀린 안 된다며 쓸쓸히 전화를 끊네 내가 더 쓸쓸하게 작은 청춘도 쓰지 못하는 너는 구두쇠는 아닐는지 낯선 어디도 가지 못하는 너무 많이 남아버린 청춘 청춘의 한 조각을 아끼지 않아서 다행이다. 여기까지 와보니 바다 건너 살림이 어렵지는 않다. 인천에서 비행기 타기 전에도 큰 걱정이 없었는데 여기까지 와보니 그 마저도 쓰잘데 없는 것이었다. 하긴 이렇게 편하게 아무 걱정도 없이 사연도 없이 바다 건너 멀리까지 나올 수 있었던 게 복이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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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팅션(Extinction) : 종의 구원자감상문/영화감상문 2019. 6. 3. 03:59
감독: 벤 영(Ben Young) 주연: 마이클 페냐(Michel Pena), 리지 케플란(Lizzy Caplan) 내가 밟고 있는 땅의 주인은 누구인가? 역사를 통틀어 가장 오랜 기간 그 땅을 밟았던 사람이 주인인가? 최초로 그 땅을 밟은 사람이 주인인가? 현재 밟고 있는 사람이 주인인가? 이주민이 원주민을 몰아내고 그 땅을 차지했다면 그 땅의 주인은 이주민의 것일까? 훗날 원래의 원주민이 이주민이 되어서 다시 땅을 차지하려고 시도한다면 그것은 나쁜 일인가? 아니면 정당한 일인가? 영화의 자질구레한 설정이나 흠은 버려두고, 영화의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이주민과 원주민의 관계를 영화에서는 외계인과 지구인의 설정으로 보여준다. 우리에게 코믹 연기로 익숙한 마이클 페냐가 갑자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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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의 늪보츠와나 2019. 5. 26. 23:48
보츠와나에 와서 오리엔테이션 기간 동안 현지 학교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현지 학교에 대한 인상은 운동장에는 축구골대 하나라도 있는게 감지덕지인 상황이고, 교실은 벽에 칠판 하나만 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중, 고등학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별실은 이름만 특별실이고 그저 책상과 의자만 있었고, 아이들은 교과서도 없이 자신의 노트에 칠판 판서를 쓰면서 자신만의 책을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작년에 이어서 연장근무를 하시는 선생님들은 이 정도면 좋은 학교라고 한다. 사실 이런 학교들을 보면서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내 머릿속에 담겨 있던 이미지는 ‘울지마 톤즈’에 나오던 그런 환경이었다.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니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처음 아프리카 보츠와나로 파견지가 정해지고 많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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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일기 2019. 5. 19. 18:42
보츠와나에 와서 금연을 했다. 금연은 담배를 끊은게 아니라 그냥 계속 참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욕구의 크기가 점점 줄어들었지만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었다. 물론 그 와중에 한 두 번씩 일탈을 했다. 일탈은 많지 않았다. 손에 꼽을 정도였다. 가끔 동전이 생기면 집 근처의 턱샵에서 1개피 씩 파는 담배에 손을 댔었다. 그런데 그것마저 몸에 새겨졌나보다. 가끔 학교에서 집에 오는 길에 주머니에 동전이 있다는 사실이 떠오를 때면 갑자기 설렌다. 마치 시험기간에 만화책에 눈이 가는 것처럼. 이제 막 서로를 알아가는 연애 초반기에 연인을 만나는 것처럼. 할 일 없이 뒹굴거리다 갑자기 걸려온 친구 전화에 술 마시러 나가는 발걸음처럼. 이 설렘은 아마 뇌에서 뿜어져 나오는 도파민의 작용이겠지. 주머니의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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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보츠와나 2019. 5. 12. 22:41
만나면 무척 반갑게 인사를 하는 싱카(Sinka). 이 인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여기 사람들에 대해 받은 인상을 써보려고 한다. 싱카가 하는 일은 주택 관리(?)인 것 같다. 암튼 집주인을 대신해서 임차인을 상대한다. 우리는 그들의 사무실에 가서 월세를 내고, 그들은 집에 대한 관리를 한다. 그런데 여기서 ‘관리’가 자주 문제를 일으켰다. 나보다 먼저 이사 온 옆집을 보자. 기자(Gyesar)라는 보일러가 고장 난 상태였고, 물은 끊긴 상태였다. 집 안의 페인트는 군데군데 벗겨져있고, 집 천장은 거미들의 놀이터였다. 부족한 게 많은 집이었지만, 이마저도 겨우겨우 찾은 상황이라 아쉬운 대로 싱카에게 구두로 보수작업을 약속받고 집에 먼저 들어가게 되었다. 당장 급한 건 기자(Gyesar, 보일러)와 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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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비아] 9. 빈트후크(Windhoek)여행/해외여행 2019. 4. 27. 17:05
여행 9일차. 빈트후크(Windhoek)로 향한다. 여행 9일차와 10일차를 보낸 뒤에 보츠와나로 돌아갔다. 빈트후크, 윈드후크, 윈드훅, 윈훅 등 사람에 따라서 부르는 명칭이 다양하다. 그러나 알아듣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한 나라의 수도이지만 관광지는 많지 않다. Christuskirche 어떻게 발음하는지도 모르겠는 이곳은 오래된 교회다. 1900년대 초반에 세워진 루터교 교회다. 예쁘장하게 생겼는데 그리 크진 않다. 내부로 들어가면 깔끔한 실내와 높은 천장이 보인다. 그러나 오래된 건물의 느낌은 거의 없다. 과거의 건축 양식을 흉내낸 현대 건물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깨끗하다. National Museum of Namibia 나미비아 국립 박물관. 최고의 볼거리는 꼭대기층 전망대와 카페다. 아마도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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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비아] 8. 피쉬 리버 캐년(Fish River Canyon)여행/해외여행 2019. 4. 27. 16:59
여행 8일차. 케이트만호프(Keetmanshoop)에서 피쉬 리버 캐년(Fish River Canyon)으로 향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딱 한 군데. 피쉬 리버 캐년(Fish River Canyon). 미국에 있는 그랜드 캐년 다음으로 긴 캐년이다. 직접 보게 되었을 때 감상을 지인의 입을 빌려 표현하자면 ‘너무 거대해서 현실감이 없다.’이다. 전적으로 동감하는 감상이다. 일전에 미술관에 거대한 벽에 걸린 거대한 붓자국같은 걸 본적이 있다. 장소와 시간, 작가마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붓자국의 거대함에 현실감이 사라지는 감상을 피쉬 리버 캐년에서도 다시 느꼈다. 여행 계획을 짜면서 이곳을 갈지 말지 고민을 했다. 지리적으로 나미비아 남쪽 멀리에 떨어져있는데다가,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캐년의 남쪽 Ai-Ai..